작년 3월 오픈한 별 5개 남원 스위트 호텔...
남원 중심부에서 제법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호텔이라 잘될까..
그날도 투숙객들이 워크샵온 우리뿐인듯한..필요없는 걱정.
남편은 이른 아침, 역시나 호텔 사우나를 혼자 독차지(?)하고 워크샵으로...
핸드폰과 갖고 온 책을 들고 호텔 주변 산책을 나섰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노래가 떠오르는 개울가를 따라 걸었다.^^
낮은 산자락에 고즈넉한 정자도 보이고...
용담사라는 절 옆모습도 보이는 한적한 계곡...
여름이면 운동화 벗어놓고 바지 접어 올리고 물장난 치고 싶지만..^^
계곡 커다란 바위에 앉아 잠깐 책도 뒤적이고..
근데 계곡물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눈보다 귀가 더 왕성해져 책을 덮고..
그 책은 잠시 방석으로 변신..^^
모든 워크샵이 끝나고 남원추어탕이 유명하다니 다들 추어탕으로 결정했나보다.
54년되었다는 추어탕집에...난 태어난 처음 추어탕을 먹어(아니 건더기만..^^) 보았다.
몇몇 일행은 바로 역이나 터미널로 가고 남은 일행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 축제를 가기로 했다.
귀가 살짝 멍멍해질 정도로 구비구비 산길을 올라 운봉에 도착.
바래봉은 바래(그릇)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비교적 낮은 봉우리.
2013.04.27 ~ 2013.05.26까지 '지리산 바래봉 철쭉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날씨 좋은 5월 첫주의 주말...하단부 철쭉단지에는 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상기온탓인지 하단부도 아직은 덜 만개한듯한 철쭉들..
철쭉보다 화려한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이 더 요란한 느낌이었다.^^
바래봉에 철쭉 군락이 형성된 것은 1972년 남원시 운봉 일대에 '한호 면양시범농장'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 정부에서 국립종축장 분소를 설치하고 수만 마리 양을 키우게 되었는데
근 20년간 양떼들이 다른 풀과 나무는 모조리 뜯어먹고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경제성이 떨어진 목양 방목은 중단되었고 무성해진 철쭉군락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포토존...같은 철쭉만개 자리에서 셀카도 몇장 찍고...^^
대부분의 일행들은 이곳을 끝으로 서울로, 부산으로..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3집만 남았는데 밤 8시 기차...딸도 같이 오신분은 임실 치즈마을로 가고,
다른 선생님 부부와 우린 남원을 거닐어 보기로 했다.
만인의총(萬人義塚)
만인의총은 임진왜란 중 조선과 일본의 교섭이 결렬되어 1597년 재차 발발한 정유재란 때 생긴 무덤이다.
당시 남원성을 지키다 전사한 조선 군관민이 여기에 합장됐다.(당시 17가구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2년전 교토 여행시 방문했던 미미즈카..가 생각났다.
미미즈카는 정유재란 당시 일본이 남원성에서 희생당한 조선인의 귀와 코를 잘라 소금에 절인 뒤
교토로 가져와 무덤처럼 쌓아 올린 것이다.
백성들과 군인이 모두 하나 돼 나라를 지키고자 싸웠던 남원성 전투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남원향교
남원 향교는 태조 이성계의 향교 설치령에 따라 조선 태종 10년(1410)에 남원시 서쪽 왕정동에 세웠던 것을
두 번 이전하여 세종 25년(1443)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 왔다고 한다.
정유재란시 불타버려 2년 뒤 1599년에 대성전을 다시 짓고, 광해군 원년인 1609년 명륜당을 재건하고
고종 13년인 1876년에 다시 명륜당이 불타 그 해에 복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명륜당
오른쪽이 진강루
명륜당과 진강루로 연결된 나무다리도 특이해 보인다.
남원 향교를 지키고 있는(?) 진강루는 남원부 동헌의 일부였는데 동헌이 해체될 때 이 지역 유지들이
그 일부를 향교에 이전해 놓은 것이라 한다
남원역 주변
지난 2000년 남원역이 새로 이전하면서 옛 남원역은 인근 시민들의 조용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만인의총이 원래 있던 곳은 옛 남원역사 자리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인의총의 순국정신을 훼손하기 위해 일제가 그 자리에 철로를 깔고 기차역을 세웠다고...
어린 시절 철로에 대한 추억들...
철로에 귀를 대고 있으면 멀리서 달려오는 덜커덩덜커덩 기차소리가 들려왔고...
못을 철로 위에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간 다음 보면 자석으로 변한다고 했던 추억들...
남원시내는 아파트도 고층빌딩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70~80년대에 멈춘듯한 읍내같은 느낌...
사람들의 발걸음도 분주함이 없어보이는, 슬로우 시티 같은 느낌이었다.
이름도 살짝 촌스러운, 그래도 할머니의 투박한 손맛인 '착한 밥집'에서 곤드레 비빔밥을 먹고
1박2일의 짧은 남원 일정을 마무리하고 밤열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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