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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朴景利

 

오늘 남편이 원주에서 강의가 있어서 같이 다녀왔다.

남편은 강의를 가고 작은 아들과 박경리문학공원에 들렸다.

3년전쯤 갔을때와 달라져 있었다. 옆건물이 늘어난 것..

2008년 박경리씨 타계이후 찾는 사람이 많아 졌다고 한다.

 

 

본명은 금이(今伊)였는데, 김동리씨 추천으로 등단하면서 김동리씨 의견을 받아 들여 이름을 바꾸셨다고 한다.

결혼후 4년만에 남편은 6.25전후 좌익으로 몰려 한국전쟁 중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후 1955년 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발표되면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아들은 어린 나이에 잃었고, 재혼도 하셨었는데 헤어지시고, 고향에 50년동안 가지 않으셨다고..

남은 딸 김영주씨는 1973년 시인 김지하와 결혼하였고, 김지하씨의 잦은 옥고로 딸과 손주를 돌볼겸

1970년대 후반 딸이 살고 있는 원주(김지하씨 고향)로 거처를 옮기고 창작활동에 전념하셨다고 한다.

(지금 원주에 살고 계시다는 깁지하씨가 벌써 70세라니..놀랍다.)

 

어릴적 부모의 이혼, 남편의 사망, 아들의 돌연사, 노모와 딸을 부양해야하는 부담, 재혼과 다시 이혼..

박경리씨는 "나의 삶이 평탄했더라면 나는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그에게 글, 특히 '토지'는 힘든 삶의 유일한 피난처이며 숨을 쉬게 해주는 통로였던 것 같다.

 

 

옛집 앞의 박경리씨 동상에서 열심히 사셨지만 고단했던 삶이 느껴졌다.

 

 

박경리씨를 쳐다보는 작은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박경리 문학공원은 1989년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어 사라질뻔 했지만 문화계의 건의에 따라

토지공사의 시공으로 1999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박경리씨가 토지를 집필하셨던 옛집을 보존하고, 소설 토지의 배경을 나타내는 테마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저 집이 박경리씨가 토지를 집필하셨던 옛집이다.

평상시에는 오픈하지 않고 해설사의 안내로 오픈하여 설명을 듣고 관람할 수 있다.

미리 인터넷으로 해설사의 안내를 신청하고 가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박경리씨의 소박하시면서도 치열하게 사셨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홍이동산>

 

 

<간도 용정을 나타내는 용두레벌>

 

 

담넘어본 박경리씨 옛집

 

 

<평사리 마당>

 

 

 

38028

 

 

원주에 오면 헷갈리는 곳이 있는데, 박경리 문학공원토지문화관

둘다 박경리씨와 관련있지만, 박경리 문학공원은 단구동에 있고, 토지문화관은 흥업면에 있다.

 

 

원주 흥업면에 있는 토지 문화관은 1999년 개관하였다.
대하소설 토지로 유명한 작가 박경리가 1999년 이후 집필생활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지역민을 위한 문학강좌와 유망작가를 위한 집필실 대여도 하고 있다고...

 

 

일반인에게 특별히 공개되고 있는 곳은 아닌듯하다.(1층만 공개하고 있다).

 

 

 

 

박경리씨는 원래 시로 등단하려 했었다고 한다.

그녀의 마지막 유고집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중에서 한편...

 

옛날의 그 집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마지막 두줄은 그녀의 삶을 함축한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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