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이라 계절이 늘 더디오는 예뜰에도 가을이 오고 있답니다.
약을 거의 치지 않아 벌레 먹은 잎도 정겹게 보이는 예뜰....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
실버할머님들 소그룹이 있던 날...
할머님 한분이 점심 살 일이 있으시다고 꼭 오라고...하여 오늘도...^^
들깨가루 넣은 도토리묵과 매운 쭈꾸미볶음이랑 갖가지 야채를 넣어 슥슥 비빈 보리밥...
그리고 성경공부하시는 동안 집에서 준비해간 사과를 깎아 통에 담아 갖고 가 드리고
자판기 커피까지 뽑아드렸더니 할머님들의 입이 귓가에 걸렸습니다.
며칠 기분이 눅눅했는데 오랫만에 쪼금 개인 날이었답니다.
빨간 셔츠를 입으신 목사님은 오늘도 자전거로..^^
이 詩는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란 詩.
늘 딱딱하고 조리있는 글로 익숙한, 변호사이신 모 집사님이 지난 수요예배 기도셨는데..
어쩐 일로(^^) 이 詩를 인용하였기에..
같이 감상해 보시지요?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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