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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코발트빛속 주홍빛 가을

     

    아파트에 유난히 많은 감나무들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참을성 없는 새인지 사람들때문에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지만...

    난 솔직히 단감이나 홍시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을이면 코발트빛 하늘을 사이로 보이는 주홍빛 감들을 보면

    고향의 넉넉함 처럼 따뜻하고 푸근해 진다.

     

     

    감나무들이 유독 많은 전라도 완주에 2년쯤 산적이 있다.

     

    이맘때쯤 온통 감나무들로 주렁주렁 매달린 주홍빛 감들..

    60년도 더된 초등학교 앞에는 주인없는(?) 감나무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위험한지도 모르고 길다란 장대로 감을 따곤 했다.

    "얘들아~이제 그만 따라. 까치밥은 남겨 놓아야지.."

    동네 할아버님 말씀에 그제서야 아이들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을 들어설 무렵 온동네는 감들 천국이었다.

    코를 킁킁 거리게 하는 고산 명물인 감식초 만드는 냄새와

    주홍빛 감을 깎아 넉넉한 햇볕아래 주렁주렁 걸리며

    달짝지근하고 말랑말랑한 곶감으로 익어가곤 했다

    호랑이도 무서워 도망갔다는 곶감..^^

    특히 깊은 산속 동상면의 곶감은 씨가 없고 분이 잘 나서

    당도가 높아 진상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동상 곶감에 맛들이면 다른 곶감은 절대 못먹는다.^^

     

     

    우리 어린 시절에도 감은 겨우내 귀한 간식거리였다,

    땡감들은 장독 소금물에 우려 달달한 감으로 변신하곤 했다.

    또 겨우내 장독에 볏잎이랑 감을 켜켜 쌓아 삭혀 두었다가

    꽁꽁 언 추운 겨울 살짝 언 감을 하나 둘 꺼내 먹기도 했고..

    곶감 깎느라 남겨진 두꺼운 껍질들도 귀한 먹거리였다.

    꾸덕꾸덕 말라 하얀 분이 오르며 달짝지근해진 감껍질은 

    먹거리가 귀한 겨울 입을 심심하지 않게 했고...

    달짝지근한 감껍질 범벅도 긴 겨울밤을 달래주었다.

    동네꼬마들은 먹을때에는 좋았지만..^^

    밤새 달걀귀신 나오는 해우소를 들락날락 거리기도 하고..

     

    앙상하게 마른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던 까치밥..

    하얀눈 얹혀있는 까치밥 홍시를 쪼아 먹는 새들의 풍경은

    물감이 필요없는 한장의 동양화였다

     

    가을이 가기전..곶감 말리는 곳에 가고 싶다.

     

    ♬:해금연주곡인 김애라의 하얀등대


                                                            (오래전 글+요즘 생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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