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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어디로 탈출해야 하나...


     

    1.

    1994년 7월 친정 할머님이 소천하셨다.

    그리고 1달이 채못되서 8월에 시할머님이 소천하셨다.

    두분다 노환이셨지만, 1994년 그해 여름 더위는 유명했다.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 100년 역사에서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니까..
    대구는 정확히 40도를 기록하였다고 하니까...

    의식 없는 시할머님 마지막 며칠동안 간병을 하는데...

    시할머님 하늘 가시고 시어머님은 그방 도배를 다시 하셨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시고 하늘 가신 할머님들도 힘드셨지만

    가족들도 보내드리느라 더위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만해도 요즘처럼 장례식장이 에어컨 나오는 실내가 아니라

    외부에 천막치고 한쪽에서 육개장 가마솥이 끓고 있는..

    그런 장례식장이었고, 소복 또한 1회용이라 합성섬유..

    할아버님이 독자시라 편하게 도와줄 가까운 친척도 없고

    동서는 어린 딸 핑계로 장례식장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또 해마다 똑같은 더위에 제사준비하느라..

     

    2.

    미국에서 살때 아이들 여름 캠프가 끝나자마자

    날씨에 대한 사전 생각없이 7월 중순 여행을 떠났다.

    8월중순까지 이어지는 거의 1달간의 여행..

    여행 경비를 아끼느라 음식도 대부분 해먹으며 다녔는데

    차안에 부탄가스를 갖고 다니며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옐로우스톤부터 슬슬 올라가는 여름더위가 LA와

    요세미티,라스베거스,그랜드캐년은 거의 죽음의 날씨였다.

    40도를 넘나드는 더위..47도까지 기록한 곳도 있었으니까..

    라스베거스의 밤도 33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으니까..

    후버댐 근처에 이르러서는 두아들다 사진찍기조차 거부했다.

    그래도 액티브맨인 남편이 누구인가..^^

    언제 다시 오랴..남는 건 사진 뿐이다.

    열심히 안떨어지는 다리를 옮겨 구경하고 돌아왔는데..

    주차권이 살짝 탔고, 플라스틱 원반이 우그러져 있었다.

    여행안내책자의 스프링은 다 녹아 풀어져 있고..

    차안에 있던 부탄가스가 폭발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

     

    3.

    요며칠 낮은 물론 밤에도 30도를 육박하는 열대야이다.

    작년에도 에어컨 하루틀고 지나갔는데..

    요며칠 큰아들들 학원 방학이라 집에 있단 핑계로

    며칠째 에라 모르겠다 슬금슬금 틀고 있다.

    하긴 몸보충시킨다고 사골까지 고았으니..^^

    다음주는 작은 아들이 1주일 방학이고..또..

    집에서도 꼭 반팔을 입지 절대 소매없는 티를 안입는

    젠틀맨과인 큰아들도 더위에 어쩔수 없나보다,

    얼마나 더우면 윗통을 벗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닌다.^^

    어제밤에도 열대야를 피해 거실에 얇은 이불을 깔고 자려는데..

    길을 잃은 귀뚜라미인지 베란다 창문에 붙어 울어대는데..

    가을에 들으면 그렇게 운치있던 귀뚜라미 소리가 짜증..^^

    내일이 입추라는데 날씨가 길을 잃었는지..

    올라온다던 태풍이 빗겨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분명 금방 8월 달력을 넘기면 아침 저녁 선선해질텐데..

     

    그래도 아무튼 지금은 용광로..찜질방..가마솥...

    어디로 탈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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