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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뽀송뽀송

 

 

           좋아하는 단어중에 뽀송뽀송 이란 단어가 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중간에 장대를 세워 길게 늘어뜨린

       빨래줄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 진다.

       특히 접시꽃, 봉숭아, 사루비아가 피어있는 마당 한쪽에

       눈이 시리게 흰 기저귀가 바람에 팔랑이는 모습..

     

       큰 아들이 태어난 곳이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임기..

       TV문학관에 나올것 같은 물도 안나오는 두메 산골..

       게다가 고도가 높은 산골이라 그런지 정말 추웠다.

       바닥이 절절 끓도록 연탄구멍을 확 열어 놓고

       두꺼운 솜이불로 아기주변에 성을 쌓아 놓아도

       웃풍이 어찌나 심한지 큰아들 볼은 늘 빨간 사과였다.

       펌프가에서 빨아온 기저귀들 탈탈 털어 빨래줄에 널면

       순식간에 빳빳하게 얼어 고드름 기저귀가 되곤했다.

       운좋은 날은 오랫만에 본 겨울 햇볕과 솔솔 바람에

       뽀송뽀송 말라가며 날리는 기저귀가 얼마나 뿌듯한지..

     

       초여름 태어난 작은 아들은 충남서천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난지 1달도 채 못되어 대구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작은 아들은 지금도 약간의 아토피가 있는데다가

       겨우 생후 1달된 아기를 백일 지난 아이로 볼만큼

       튼실했던 작은 아들에게 대구 더위는 힘들었다.

       어린 두아이에 친지,친구도 없는 객지 대구에서

       힘들어도 절대 종이 기저귀를 쓰지 않았다.

       **방이니 그런데서 나오는 사각기저귀가 아닌

       긴 광목 기저귀를 폭폭 삶아 뽀송뽀송 햇볕에 말려

       대구의 그 한여름 작은 아들 엉덩이를 뽀송하게 했다

     

       미국에 사는 동안도 dry세탁기를 쓰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가 살던 곳은 타운 맨 끝인데다가

       앞에 나즈막한 동산이어서 사람들 왕래가 없었다.

       아쉬운대로 월마트에서 겨우 구한 나무 건조대를 사서

       투명하리만큼 맑은 햇살에 빨래를 말리곤 했다.

       특히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하얀 빨래들을 보면

       옛날 추억으로 영사기를 다시 돌리기에 충분했다.^^

       어린 시절 빨래들 사이를 누비며 하던 숨바꼭질..

       장난꾸러기였던 남동생은 힘없는 장대 잘못 짚어

       곱게 풀 먹인 하얀 이불 호청 바닥으로 다 떨어뜨려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던..

     

       반짝 장마가 지나가고 모처럼 해가 뜬날..

       세탁기 돌리다 말고 딴생각하고 있습니다.^^

       뽀송뽀송..빨래들과 뭘 같이 말릴까 하는 생각..^^

     

     


     

                                                빨래줄..

       

                                                왜

                                                당신의

                                                마음은

       

                                                세탁해서

                                                널어놓지

       

                                                않나요..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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