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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아련한 추억들...


     

      그것이 궁금하다...^^

      요즘도 손으로 편지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우표값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관제엽서라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학보 편지라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요즘에야 몇분이면 오고 갈 e메일도 답답해

      몇초면 오가는 핸드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

      그러니 손으로 편지 써서 보내고 답장 받고...

      요즘 애들에겐 얼마나 답답하게 느낄까..

       

      우리 대학 다닐때만해도 학보 편지가 유행했다.

      학과 사무실앞에 편지함은 늘 인기였다.

      누구는 학보가 몇개 왔다느니..

      누구는 학보가 바뀌었다느니..

      그래도 내게 오는 학보만큼 유명한 학보는 없었다.^^

       

      그 당시는 입학과 함께, 학기초 미팅이라는게 많았다.

      선배가..언니가..주선해주는...

      4년동안 늘 친하게 지냈던 우리 4명 친구들이 있었는데

      1학년초 서로 주선받은 미팅에 나가주는 조건으로

      연달아 4번 미팅을 한게 대학 4년동안의 미팅 끝이었다.

      그때 3번째 미팅...두커플 4명이었는데...

      정말 공교롭게 나말고 3명 생일이 1월1일,2일,3일...

      덕분에 4명이 즐거운 미팅이긴 했는데...

      일어나는 순간 에휴...

      비교적 큰키인 난..상대방 키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당시 표준(?) 키의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았지만...

      그냥 말 그대로 좋은 미팅이었다고 생각해 달라고..

      그럼 학보 보내주는 건 허락할 수 있냐고..

      뭐 안만나면 학보쯤이야..하며 허락했다.

      그리고 정말 단 한번도 안거르고 학보가 날라 왔다.

      아주 가끔....

       

        봄이 왔다고...

        축제 잘하라고..

        시험 잘보라고..

        방학 잘 보내라고...

        눈이 온다고...

       

      버터 안바른 담백한 토스트 같은..

      짧은 멘트를 적어서 보내오기도 했다.

      글씨도 남자체 치고는 보기 드물게 잘쓰는 글이었다.

      근데 4학년 2학기가 되는 순간 학보가 오지 않았다.

      나보다 친구들이 더 궁금해했다.

      "그 사람 철들었나보다"...라며...^^

      근데 곧 다시 학보가 날라왔다. 대학원 1학기로..

      조기 졸업을 한 것이었다.^^

      그 끈기의 학보편지도 졸업과 함께 받을 주소가 없어졌으니

      더 이상 오지 않았다...아니 올수가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메스컴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

      비교적 희귀姓인 사람이라 금방 눈에 띄었는데..

      조인스 닷컴에 검색해보니..잘 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알던 사람이 잘 되어있어 흐뭇하다.

      모범..그자체로 재미없게 보냈을지 모를 대학 4년..

      20년이 훨씬 지난뒤에도 입가에 미소지을 수 있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준 학보 편지의 주인공...^^

      정말 그 많은 학보를 받았으면서 단 1번본 얼굴...^^

      이제 얼굴도 기억 안나는 사람이지만...

       

      작은 아들을 데려다주며 기숙사라는 한공간에서

      2-3년을 같이 보낼 여자 친구들에 대해 물어보지만..

      아들은 능청맞게 하나님이 원망스럽단다.

      할 일이 '공부'밖에 없게 하셨다고..(웬 반가운..^^)

      여자로 보이는 친구들이 없단다.

      흐흐흐..여자들도 그럴 거야 임마...그랬지만..^^

      아들아..먼훗날 "좋은 추억이었어.."라며 흐뭇해할..

      그런 한 페이지를 만들어라..

      먹먹한 과거에 묶인 채로 남아 있는 추억말고...
      감사와 기쁨으로 간직되는 아련한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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