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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식구가 없어지는 가족

     

     


     

       작은 아들의 등교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안걸린다.

       기숙사가 3층이었는데 얼마전 room을 바꿔 2층이 되었다.

       바뀐 room도 연결통로와 가장 가까운 방으로 바뀌었고

       강의실이 2층이라 연결 통로를 뛰어가면 1분도 안걸린단다.

       눈이와도.. 비가와도..가까와서 좋기는 하겠지만...

       솔솔한 등하교 길의 추억이 없겠네..^^

     


     

     

       60년대만해도 흰고무신이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여기 저기 닳아 구멍난 검정 고무신이 다였던 시대..

       넉넉한 아버지덕에 내꽃고무신은 부러움 이상의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으니까..

     

       검정고무신이라도 새고무신을 얻어 신은 날은

       새고무신이 닳을까봐 새고무신을 가슴에 꼬옥 품고

       맨발로 뛰어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다.

       10리는 기본이고 20리 길..눈이오거나 비오는 날에도..

       기찻길옆을 주욱 따라 걸어오던 그 길고 긴 길이

       친구들은 새고무신 하나로 신이 났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

       검정 고무신은 여러가지 훌륭한 도구(?)로 변신하였다.

       남한강 자락에서 올챙이 잡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앞코를 뒤집어 끼우면 자동차가 되기도 했었다.

       해질 무렵..고무신은 집으로 오는 길이 음악이 되곤했다
       뽀각뽀각... 물이 남아 있는 소리..^^

     

     


     

       또 그 시대는 변변한 책가방이 없던 시절..

       여자 아이들은 허리춤에 질끈 책보자기를 졸라매고 다녔고,

       남자들은 어깨에 대각으로 둘러매고 다녔던 광목 책보자기...

       등교시간과 하교시간 책보자기는 소리가 달랐다.

       하교시간은 빈 도시락으로 달그닥 달그닥 소리에..

       흥얼 흥얼 노래 박자를 맞추는데 딱이었다.^^

     

       나도 가끔은 반질 반질 윤이나던 황토색 리쿠사쿠 대신

       김치국물에 땟물 흐르는 책보자기를 둘러 보고 싶었다.^^

     

     


     

       그때는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에 올 수 없는 친구들도 많았다.

       들로 산으로 소를 몰고 나가 소꼴을 먹여야 했고..

       또 겨우내 소먹이가 될 풀들을 베어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겨우내 땔감인 나무들을 하러 뒷동산에도 가야하고..

       어린 나이어도 꼴망태기, 지게가 익숙한 친구들이 많았다.

       온가족이 매달려 일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작은 힘이 되어 주던 정이 있던 시절이었다

     

     


     

       작은 아들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아니어도

       요즘 아이들은 하교길의 추억을 잊은지 오래이다.

       정규수업, 보충수업이 끝나도 저녁식사까지 학교서 먹고

       야간 자습이 끝나는 늦은 밤에도 학교 앞은 버스가 장사진..

       그 늦은 시간에 학원으로 나르기 위한 학원 버스들..

       점점 食口 가 없어지는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食口: 같은 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며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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