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뒷자락 11월의 첫째주...예뜰의 깊은 가을 모습.
예뜰에 노오란 은행잎도 가을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는가보다.
자칭 '은행터는 남자'들이신 관리부 두 집사님.^^
떨어진 은행들을 나무 젓가락으로 열심히 줏고 계셨다.
아마도 예뜰에 군고구마 난로가 등장하는 날...
예뜰 멀리까지 은행 굽는 냄새가 퍼져 나갈 것이다.
예뜰에는 지난주에 이어 시화전이 열렸다.
정말 중고등학교때 시화전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은 느낌.
익숙한 詩들이지만 이렇게 자연속에 詩들을 읽으며...
30년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30년전과 달라진건..
그때는 책상에 물감 묻혀가며 밤새워 손으로 그리고 쓰고 전시했었지만..
이젠 그런 손의 수고를 컴퓨터가 덜어주었다는 것..
그래도 손으로 그린 사람의 정성이 묻어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쌍둥이 삼촌들은, 내 중고등학교 시절 두분다 가까운 곳에 사셨었다.
한 숙모는 음대를 나오셨고, 한 숙모는 미대를 나오셨는데,
두분은 내게 서로 음대 가기를..미대가기를..권하셨었다.
부모님들이야 배고픈(그때만해도) 예체능이 아닌 적당히 좋은 대학 가기를 권하셨고..^^
피아노야 반주를 놓지 않은 덕분에 좀 쳤지만, 재능도 없는 것 같고 전공할 실력은 아니고..
교장실 앞에 내이름 박힌 판화가 걸려있곤 했고, 시화전에도 종종 걸리기도 했지만
전공할만큼 뛰어난 실력이 아니고, 노력해도 한계일것을 더 잘 알고 있었고..^^
(결론은 소크라테스 말을 잘 들은거지만..너 자신을 알라^^)
그나마 공부는 노력하면 될 것같아 부모님 권하심을 따라 효녀딸이 되었다.^^
하지만....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늘 있는 것..^^
오랫만에 갈래머리 시절로 돌아간 느낌으로 익숙한 詩 한편 감상해 보시기를..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