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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이야기

포도주와 친구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지는게 추억이라든데..
    중년이라는 훈장을 가슴에 달기 시작할 무렵이면
    조금은 포장된 곰삭은 추억을 찾기 시작하나봅니다.^^
    결혼하고 어쩌면 드라마같이 살아서였는지..
    추억이라 부르고 싶은 많은 부분들이 상실되어서
    가끔은 이른 치매도 아닐텐데 아쉬울때가 있답니다.^^
    
    지도를 펴놓고 요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아..했는데..
    딱! 걸려 물도 안나오고 펌프물 길어다 먹으며
    어쩔수 없이 남편대신 무면허 주사까지 놓아주었고
    공동화장실을 써야하는 60년대 지은 8평관사에서 
    큰아이 백일까지 보낸 일월산을 떠나
    주변이 한글보다 영어가 더 많았던 송탄에서 제대하고
    충남서천 작은 곳에서의 짧은 4달의 생활가운데
    둘째아이도 태어나고 이삿짐도 채 풀기전에
    하루종일 걸려 덥고 힘들었던 대구로 이사. 
    그래도 평생 살줄알고 아파트 분양까지 받았는데 
    입주 몇달만에  역사 고을 경주로 이사 반년을 보내고 
    또 하루종일 걸려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이사.
    주민등록상 고산(孤山)에서 고산(高山)으로..
    마을에서 떨어져 있던 병원 2충관사에서 살았던 곳.
    병원에 상주하는 장애인 아저씨 아줌마들이 친구였고
    한학년이 20여명 한반인 작은 학교를 다녔던 큰아들.
    2년만에 다시 개구리,매미소리 시끄러운 전주로 이사
    결국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서울로 10년만에 복귀
    슬슬 4년씩이나 산 긴기간(?)이 불안해질 무렵..
    전국도 모잘라 8개의 이민가방을 들고 미국까지 날라갔고...
    지명도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클리브랜드에서 2년..
    9.11직전 무사히 귀국하여 3년이 다가오는 20년의 세월.
    덕분에(?) 땡잡은 남편이라는..기선을 잡고 살지만..^^
    그러니 그시절 非 after파 여서라기보다
    다양한 삶의 순간 순간을 만들어 가느라
    아마도 그 이전 추억들이 많이 상실되었는지..^^
    기역력 0점의 연구대상이 될만큼이 되었지만..
    그래도 모자이크하듯 짜맞춰지는 작은 기억들..
    그러면서 찾아졌던 옛기억들이 너무 감사하고
    마음 들떠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답니다.^^
    묵을수록 깊어진다는 포도주와 친구..
    먼곳에서 추억과 친구가 그리울 후배의 글을 보며..
    재미없는 긴글..써봤습니다.^^
    ♬:Hymn/ Bill Douglas 
    (이글 역시 졸업하고 22년만에 만난 써클사람들 
    모임인 '예우'에 2004년 봄 쓴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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